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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범벅경과 국수경

정천경교무 2006.07.26 00:00 조회 수 : 2525

     
    어느 절의 한 스님이 관세음 기도를 하기를 
    “나무관세암보살, 나무관세암보살,……”이라고 
    염송하는 것이었다. 
    
    마침, 지나가던 객승이 이를 듣고 
    이상히 여겨 따져 물었다. 
    "아니, 스님! 관세음보살을 
    관세암보살이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에, 절의 스님은 오히려 
    관세음이 아니라 관세암이라고 주장하여 
    두 스님이 입씨름이 벌어졌다. 
    
    결국은 서로가 옳다고 여겨
    큰스님께 가서 판결을 받기로 합의를 했다. 
    그러나 해가 저물어서 즉시는 물을수 없게 되자, 
    다음날 아침에 날이 밝으면 묻기로 했다. 
    
    그런데 저녁이 되자, 
    절의 스님은 호박범벅죽을 만들어 큰 스님께 바치면서 
    관세암보살이 맞다고 대답하여 주실 것을 간청했다. 
    큰스님은 그 간청을 받고 그렇게 하겠다고 허락했다. 
    
    그런 뒤에 이제는 객승이 
    국수를 말아 가지고 와서 큰스님께 올리면서 
    역시 관세음보살이 맞다고 대답하여 주실 것을 
    간청하여 그렇게 하겠다는 허락을 받고 나왔다. 
    
    이윽고 날이 밝아 판결의 시간이 오자, 
    큰스님은 다음과 같이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내가 어제 저녁에 잠이 안 와서 경을 읽었는데 
    처음 읽은 경은 호박범벅경이었고 
    두 번째 읽은 경은 국수경이었다. 
    그런데 호박범벅경에는 관세암보살이라 쓰여있고 
    국수경에는 관세음보살이라고 쓰여 있으니 
    두 사람의 말이 다 맞는 말이다."
     
    이렇게 두리뭉실하게 판결을 마친 큰 스님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만 밖으로 나가셨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이 큰 스님한테 
    공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한방씩 맞는 꼴이 되었고
    비공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놀림을 당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이 이야기는 수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공부인으로 하여금
    관세암보살이나 관세음보살이라는 문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염불하는 그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으며,
    인생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말고 
    본질을 찾아 근본에 힘쓰라고 일러주고 있습니다.
    
    또한, 큰스님의 위트 있는 답변은
    우리들의 더운 머리와 답답한 마음을 식혀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우리 소중한 님들!
    세상을 살면서 두 스님과 같이
    사소한 것과 가지와 줄기에 사로잡혀
    큰 것과 근본과 뿌리를 소홀히 하여
    혹시 놓치지는 않는지 
    다시 한번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살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개했습니다.
    장마철에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염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천경교무 합장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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